본문 바로가기

여행

[미국여행] LA 코리아타운 습격사건

원래의 내 계획은 헤더헌터 업체들을 먼저 공격하고 나중에 IT 컴퍼니들을 기습하는게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늘 하숙집 인근 지역에서 한 지인과의 약속이 있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에는 불가능하다고 판단, 마침 그 지역에 있는 IT 컴퍼니 두 곳을 오전에 기습하는걸로 어제 밤에 작전을 짰다.


사실 헤더헌터업체는 공격이 편하다. 어차피 나같은 사람을 만나는게 지네들 일이니까, 잘 되어서 지네들이 소개해 준 곳에 내가 채용되면 지네들도 적지 않은 금액을 버는 거니까...

그러나 IT 컴퍼니를 직접 찾아가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미국의 문화는 예약과 사전 약속 appointment의 문화라고 한다.

사전 약속 없이 불쑥 찾아 오는 것에 대해 그리 관대하지 않다고 한다.

더군다나 그 회사가 잡포지션이 오픈 중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그냥 들이대는 것이다.

운 좋게 내개 맞는 잡포지션이 있을 수도 있고,

아예 계획조차도 없을 수도 있고,

새로운 영역을 시도하거나 기존 아이템을 확장하는 생각, 정리되지 막연한 계획만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계획에 내 이력서가 걸려 들 수도 있다.

이건 오로지 운빨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세 가지 접근법을 두고 고민해야 했다.


1. 이력서를 우편함에 넣고 나온다.

2. 데스크에 이력서를 인사담당자와 개발 메니저에게 전달해 달라고 하고 나온다.

3. 무턱대고 개발메니저를 만나고 싶다고 조른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적지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이 곳까지 왔는데, 1,2번만 하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  미국 문화의 예의에는 어긋나지만 3번으로 트라이 해보고 안되면 2번으로 돌리면 그만이었다.


문전박대를 당하지 않으면 다행인 상황에서

숙소에서 10여분 가량 떨어진 거리의 건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와 똑같이 오늘도 건물로비의 안내직원이 내가 들어서자 마나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 본다.

1800호로 가야 된다고 하니 엘리베이터로 안내하고 엘리베이터까지 같이 타 주신다. 18층까지 모실 심산이었다. (아 이거 팁이라도 줘야 하나? ㅡ,.ㅡ) 18층에 내려서는 안내데스크에 손님이 찾아왔다고 말해 주고는 내려가 버린다. 

담 부턴 괜찮아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라고 말해 줘야 겠다 ㅡ,.ㅡ


안내데스크에서 어떻게 왔냐고 물어본다.

다짜고짜 CTO 좀 만나고 싶다고 했다. 자기네는 CTO 라는 직책이 없단다.

그럼 소프트웨어 개발 매니저 좀 볼 수 없냐고 다시 이야기 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냐고 물어 온다.

사실은 내가 잡을 찾는 중이거덩!~

기다리란다.

잠시 기다렸더니 이쁘게 생긴 동양인 아가씨가 매니저라면서 나온다. 진짜 이뻤다.

청바지와 하얀색 셔츠를 입은....  (어쩌면 한국인인지도 ... )

저 여성을 메니저로 두면 일도 잘 되겠다... 

자기가 메니저인데 이력서를 가지고 왔냐고 한다.

이력서 봉투를 줬다.  내 앞에서 잠시 살펴보더니 잠시 기다리란다.

기다리는 동안 사무실 입구를 빙 둘러 봤다. 한국의 사무실들 처럼 입구 가까이 미팅룸이 있고,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가려면 안내데스크를 반드시 거치는 구조였다. 무엇보다 특이한건 LA 고층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전망이 죽인다는것. 더군다나 날씨도 좋으니 이건 뭐.. 그리고 미팅룸과 데스크 사이에 휴계실로 보이는 공간이 있는데 당구 다이가 떡 하니...


얼마나 기다렸을까? 기다림이 약간 지루해질 찰라 서양인 남자 한 사람과 동양인 남자 한 사람이 다시 나온다.

서양인 남자는 자기가 CEO라고 소개한다.

오마이 갓!~ 이건 역습이야!~

거기에다가 동양인 남자를 소개하면서 통역이 필요할 것 같아서 한국인 직원을 데리고 왔단다...

무슨 이런 경우가...

우리나라 말로 인터뷰하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르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자기네들은 현재는 오픈된 잡이 없지만 C#과 모바일 개발자를 채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단다.

그리고 비자 스폰을 한 번도 해줘본 경험이 없어서 어찌해야 할지도 모르고 그게 좀 부담스럽다고 했다.

일단 내 이력서와 내가 수행했던 프로젝트들 검토해보겠다고 했고

30분 동안 이야기하고 나왔다.


솔직히 결과에 관계없이 기분이 너무 좋았다.

문전박대를 당하지 않은 기분,

내 몸에서 발산되는 에너지를 직접 보여 줬다는 기쁨

그 에너지를 못느끼거나 관심이 없으면 마는거고


그리고 두 번째 기습장소로 향했다.

여기는 한 층이 호실별로 분리되어 있는걸로 보아 좀 작아보이는 회사였다

안내데스크도 당연히 없고, 똑똑 노크를 하자 안에서 서양인 한 사람이 나오는데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지도 않고 마치 잡상인 보듯이 본다.

그리고 내 말을 한 단어도 못알아 듣는다.

서너번 반복해 줬는데도 못알아 듣는다.

하는 수 없이 I just hand this to you. 하고는 봉투를 건네고 자리를 떠나버렸다.

아마 아직도 내가 잡상인 쯤으로 알고 그 봉투를 쓰레기통으로 직행시켰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게 정상인거다. 나는 이걸 각오 한거다.


어제도 두 군데 업체 중 첫 업체는 분위기 좋았는데 두 번째 업체가 완전 꽝

이러다 두 번째 징크스가 되는건 아닌지.

초장부터 성과가 좋아보이면 이게 희망고문이 될지도 모르는데 ㅠㅠ

아 어떻든 오늘 나는 기분이 좋다.

최소한 나의 도전에 응답은 받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