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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쉽지 않았던 여행 준비를 마치고...

제가 미국여행을 결정한건 작년 12월경이었습니다.

미국 땅을 한 번도 밟아 보지 않은 저로서는 3개월을 혼자 낯선 지역을 여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미국 문화의 경험과 여행도 여행이지만 미국 진출의 꿈을 가지고 있기에, 여러 가지를 구체적으로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기에, 무비자입국의 최대 체류기간인 3개월의 일정으로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제일 마음에 걸리는 것은 숙소 문제였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제가 가고자 하는 LA지역에 수많은 하숙집과 홈스테이가 있지만 일반 가정집으로 된 구조의 하숙집은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저로서는 접근성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하숙방이 2층인가요?"

"출입구에 턱은 없나요? 제가 전동휠체어를 이용해서요."

"정문에는 계단이 세 개 있던데, 후문에도 턱이 있나요?"

"화장실 출입구는 어떤가요?"

인터넷으로 하숙집을 찾아 사진으로 내부와 외부 접근성을 훑어보고, 직접 전화하여 이런 질문을 해보기를 수 차례.

그러나 대부분의 하숙집은 접근성이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식사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면서 비싼 호텔에 머무를 수도 없었구요.

"아!~ 내 돈 내고 내 시간내서 여행을 가는데 왜 이렇게 힘들어야 하나?" 이런 생각으로 지쳐갈 때,

예전 일본식 작은 호텔을 리모델하여 하숙 홈스테이를 한다는 곳을 인터넷으로 발견하여 통화를 시도하였습니다.

정문에 계단이 좀 있었지만 후문에는 다행히 경사로가 있고, 2층 건물에 엘리베이터는 없고, 1층에 프라이빗화장실이 딸린 룸이 없다는 것이 흠이긴 했지만, 접근성이 이만한 곳을 찾기가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세탁기가 지하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제 스스로는 세탁기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

하숙집 사장님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면서 걱정하는 제가 안스러웠는지.

"빨래는 메니저에게 팁 좀 주고 부탁해도 되구요... 아무 걱정말고 오세요."

아무 걱정말고 오라는 말. 많은 하숙집과 통화했지만 이런 말씀해 주시는 곳은 처음이었습니다.

별 거 아닌 한 마디가 참 고맙고 용기를 내게 하더군요.

숙소는 그렇게 해결되었습니다.


그 다음 문제가 항공편이었습니다.

전동휠체어가 아닌 수동휠체어로는 가족들과 함께 여행한 경험이 몇 번 있긴 하지만, 저 혼자 3개월을 지내려면 전동휠체어를 꼭 가져가야 했기에 과연 전동휠체어를 타고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용을 못하리라는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걱정이랄까요.

제일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것은 수화물 운반 정책이었습니다.

미주지역 여행은 한 사람이 25키로 수화물 두 개를 추가요금없이 탑승할 수 있습니다.

전동휠체어는 기내 반입이 불가능하고 화물칸에 실어야 하므로 그 수화물 정첵에 해당될 것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동휠체어는 수화물 운반 정책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그냥 가져갈 수 있고 무게 제한에 따르는 추가 운임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기 위해 항공사와 얼마나 많은 통화를 했는지 모릅니다.

처음, 관련 내용을 아무것도 모르는 직원과의 통화를 그대로 한 번 옮겨 보겠습니다.

나 : "제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야 하는데요. 이와 관련한 수화물 운반 정책이 어떻게 되나요? 참고로 제 휠체어 무게는 65키로 가량 되는데요."

항공사 : "25키로까진 무료 운반이구요 그 이상은 초과 운임이 발생하는데 그것도 35키로까지만 가능합니다."

나 : "승객이 이용해야만 하는 전동휠체어두요?"

항공사 :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휠체어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습니다."

나 : "아니 장애인에게는 보장구가 신체의 일부인데, 추가운임도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데 35키로가 넘는다 하여 실을 수 없다니요? 이거 무슨 1~2톤 넘어 가는 것도 아니구요."


이런 내용의 대화를 할 때는 참으로 암담했습니다. 물론 저건 분명 해당 직원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 다른 경로로 다시 알아내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긴 했지만요.


현지에서의 걱정과 고생은 고사하고 출발도 하기 전의 이런 어려움들.

일일히 나열 할 수 없지만.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가 장애인임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요소들이 참 많이 있었습니다.

"아 참 나 장애인이었지? 장애인이면 여행도 마음대로 못하는건가?  젠장!~"


그리고 이번에 알게 된 사실 하나가 Gate To Gate 서비스라는게 있다는 것입니다.

이게 어떤 것인가 하면, 전동휠체어나 다른 특수 휠체어를 자신의 것으로 탄 장애인이 비행기 탑승구 바로 앞까지 자신의 휠체어를 이용하고 거기서 휠체어를 직원에게 맡겨서 화물칸에 실어주는 서비스입니다. 기존에는 자신의 휠체어는 탑승수속 할 때 무조건 수화물로 붙혀야 했습니다. 그리고 공항에서 제공하는 수동휠체어를 이용해 탑승구까지 이동해야 했습니다. 비장애인의 시각으로는 이게 별차이 없어 보이지만 팔에 근력이 없는 저 같은 장애인에겐 꼭 필요한 것입니다. 누구의 도움없이는 수동휠체어를 움직일 수 없으니까요.


이렇게 험난한 여행준비를 완료하고 잠시 후면 공항으로 출발합니다.

부디 소중한 추억들을 간직하고 돌아올 수 있기를 스스로 기대해 봅니다.


3개월치 짐치고는 너무 조촐하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