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Story

우리나라 IT 하도급의 현실

Joon~~~ 2010. 1. 20. 16:21
필자는 지난 12월부터 과기부 위탁 프로젝트를 하도급 받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도급의 구조는 대기업 S사가 1차 수주하여, T사를 포함한 여러 회사가 파트별로 2차 하도급을, 그리고 그 T사로 부터 V사를 포함한 몇군데 회사가 3차 하도급을, 그리고 필자는 프리랜서 형식으로 V사와 개발용역을 계약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공정은 10월에 시작되어 8월에 종료되는 프로젝트이지만 V사와 필자가 맡은 업무는 2월 말에 종료되는 전체 시스템의 일부를 맡고 있습니다.

원래 개발용역이라는 것이 선금을 일부 받고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필요할 경우  중도금을 거쳐서 개발 완료 이후 검수과정을 통하여 잔금을 결재받는 형식입니다.

그런데 프로젝트가 시작된지 2개월이 지나고 있는 이 시점까지 V사와 필자는 아직 계약금을 못받고 있습니다.
그 동안 계약금 결재 집행에 관한 3차하도급 V사의 수차례 요구에 대해 2차하도급 T사는 자기네들도 총괄수주사인 대기업 S사로 부터 계약금 결재를 못받았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중도금 잔금에 대해서도 S대기업으로 부터 전체 프로젝트에 대한 중도금과 잔금을 받아야 결재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전체 프로젝트 일정으로 따지면 검수기간 최대한 줄이고 아무리 빨리 해도 4월경에 중도금 8월경에 잔금이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전체적인 프로젝트야 그렇게 진행되겠지만 프로젝트의 일부를 맡아 2월에 마무리 되는 V사와 필자에겐 너무나도 불합리한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계약금 자체로 인해 프로젝트를 포기하겠다는 필자의 폭탄발언에 깜짝 놀란  V사가 대기업 S사의 총괄PM에 확인 결과 이미 T사에 계약금 결재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작년 12월에... 결국 T사는 결재를 미루기 위해 V사에게 거짓말을 한 꼴이었습니다.

V사가 재차 T사에게 결재를 요청하자 T사 영업부장이라는 사람이 말합니다.
"우리 내부 방침이 매월 25일 이후에 전월 들어온 세금계산서에 대해 결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V사의 경우 지난 12월 세금계산서를 주셨으니 1월 25일 이후에나 결재가 가능하고 중도금과 잔금 또한 그렇게 진행될 것입니다."

3차하도급업체 V사의 대표는 사유재산 팔고 대출 받아서 직원 월급주고 회사 운영하고 있고, 필자 또한 그 동안  힘들게 모아 둔 돈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것도 이번달이면 바닥을 들어내는데 T사의 부장이라는 사람이 내부 방침이라면서 25일 이후에나 주겠답니다. 전체 프로젝트 비용의 30%인 계약금을요...  중도금 30%와 잔금 40%에 대해서는 전체 프로젝트 일정에 맞춰서 4월과 8월에 각각 지급하겠답니다. V사와 필자의 업무는 2월에 끝나는데 말이죠.

정말 해도해도 너무 한 것 아닙니까?

참다참다 못한 필자는 필자와 직접적인 계약관계에 있는 V사에게 최후 통첩을 하였습니다.
(필자와 V사의 대표는 평소 친분이 있는 지인입니다.)

1. 계약금은 1월 25일 중도금은 2월 25일까지 결재받도록 한다.
2. 잔금은 검수기간 고려하여 3월말이나 늦어도 4월말 이전에 결재 받도록 한다.
3. 이와 같은 내용을 V사와 T사는 계약내용 수정하고 V사와 필자 또한 계약 내용을 수정한다.
4. 계약금이 입급되기 이전까지 필자는 모든 프로젝트 업무를 중단한다.
5. 업무 중단으로 인한 개발 지연에 대해서는 V사가 책임진다.

그리고 필자는 V사 대표에게 강력히 주장하였습니다.
두어달 손해봤다 생각하고 철수하라고, 계약서에 서명 날인하였어도 계약금이 들어오지 않은 이상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으니 아무런 법적책임이 없다고...  나는 이런 불합리한 대우를 받으면서 까지 작업할 생각 추호도 없다고

정말이지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개발의 재미, 코딩의 재미를 무색하게 할 만큼
이 땅에서 개발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서글퍼지기만 합니다.
하도급에 관한 법률이 있긴 합니다만 아직 딴나라의 이야기이거 같기만 하고...

10여년 동안 프리랜서와 개발용역을 해오면서 필자가 느낀 것은
대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하청업체는 그 밑의  하청업체에게 자기네들이 대기업에게서 당한대로 그대로 한다는 것입니다.
딱 한 업체만 제외하고 다들 그랬습니다.

어떻게 하면 동등한 입장에서 아니 동등한 입장도 바라지도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상식적인 선에서 공정한 거래와  하도급이 이루어 질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봐야 할 것 같습니다.